노새 두 마리에게, 그 골목은 몹시도 가팔랐다
가람빛
1970년대 서울의 어느 신흥 마을에 노새를 생계 수단으로 연탄 배달을 하는 한 가족이 있었다. 그곳은 골목 하나를 경계로 원래의 판잣집으로 이루어진 구동네와 문화주택이라며 2층짜리 슬래브 집들로 새로 지어진 새 동네로 나누어져 있다. 그 가족의 집은 구동네의 어딘가에 있다. 아버지는 노새에게 마차를 끌게 하고 그 마차에 공장에서 배달하라는 만큼 연탄을 싣고 배달하러 다니곤 했는데 주인공인 ‘나’ 또한 아버지가 배달을 나갈 때마다 졸졸 따라다니곤 했다. 어느 겨울날 여느 때처럼 연탄 400장을 마차에 싣고는 새 동네로 배달하는데 다른 때 같으면 힘 안 들이고 단번에 올라설 만한 고개인데도 그날따라 중턱에서 걸리더니 그 이상 오르질 못했다. 바닥에는 살얼음이 한 겹 살짝 깔려있어서 마차 뒤를 미는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