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가을날, 단풍과 낙엽

by 가람빛

자꾸만 멀어지는 여름을 등지고 삐질대던

그 많던 땀방울들이 서서히 날아간다.

차츰 불어오는 가을 추위에 그들은 오히려

제 옷을 하나 둘 떨구는 것이다.

 

운동장 가장자리를 몇 년째 자리 잡는 그들은

자그마한 옷을 짜고 버리기를 반복한다.

반비례처럼 우리가 껴입으면 그들은 오히려

제 옷을 하나 둘 떨구는 것이다.

 

가을날이 제법 차굽다. 성큼성큼 오는 겨울은

그나마 잔잔하던 매운바람을 일어 오곤 한다.

아직은 아니라서, 낙엽이 아니라 단풍이다.

 

언제 뚝 떨어질지 모르는 단풍잎을 붙잡고서

겨울바람에게 한잎 두잎 뜯기는 단풍나무.

 

적잖은 단풍은 이미 낙엽이라 불리고 있고

나머지 단풍은 아직 꿋꿋하게 버티고 있고

길가는 노을빛 홍시 가로수는 국화빛 감귤

어쩌면, 겨울마다 양말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은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하고서야 비로소

피식, 가만히 웃음을 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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