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d Notebook

유리창

by 가람빛

창 너머 투명히 보이는 누군가와

창 너머 뚜렷이 들리는 누군가와

정말로 보이고 들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만났다 착각만 하는 건지



보고 듣지만 만나지는 못한다.

유리창 너머로 목소리 전하고

유리창 너머로 얼굴을 띄어도

유리창 너머로 만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누구인지 모를 거야.

유리창에 새겨둔 퍽 깊은 비수를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함께 새긴다.

갈수록 많아지는 깨진 유리 조각.


한없이 넓다란 몹시 편리한 유리창.

한없이 넓기에 퍼지는 모욕감 속에

더욱이 깊숙한 상처를 입혀버린다.


유리창은 넘어서의 어둠을 못 본다.

밝은 곳의 유리창은 마치 거울처럼

밝은 쪽의 풍경만을 비추기 때문에

거울 너머 상대방은 보이지 않는다.


서로가 다투다 공연히 토라져 버린

유리창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기운  (22) 2013.03.17
나려오는 별빛  (3) 2012.11.05
가을날, 단풍과 낙엽  (1) 2012.10.25
우리 주위의, 가까운 네잎클로버  (2) 2012.09.13

블로그의 정보

가람빛의 담소마당

가람빛

활동하기